티보 쿠르투아(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티보 쿠르투아(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스페인의 주요 도시를 대표하는 더비전은 그리 전쟁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지지층의 계층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세비야와 레알 베티스의 안달루시아 더비를 제외하면 적개심이 적고,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다.

한국 시간으로 6일 새벽 열린 2020-2021시즌 라리가 26라운드 첫 일정인 발렌시아와 비야레알의 ‘발렌시아 주 더비’의 경우도 그렇다. 발렌시아 선수 출신이 상당수 비야레알에서 뛰고 있다. 비야레알은 발렌시아주 북부 카스테욘 지방에 속한 도시로, 발렌시아와 직선 거리가 56km에 불과하다.

비야레알은 1998년 발렌시아 출신 사업가이자, 전 발렌시아 회장 프란시스코 로이츠의 동생 페르난도 로이츠 회장이 인수해 투자하면서 급부상한 팀이다. 더비전이기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감정의 앙금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

사울 니게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울 니게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 마드리드 더비, 치열한 경기지만 전쟁은 아니다

바스크 더비를 치르는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의 사이도 그렇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전쟁처럼 싸우는 상대 팀은 ‘엘 클라시코’로 맞붙는 카탈루냐의 FC 바르셀로나다. 같은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관계는 대대로 나쁜 편이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1902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1903년에 마드리드 내 각기 다른 지역을 기반으로 창단했으나 둘의 첫 공식 대결은 라리가가 출범한 1928-1929시즌에 이뤄졌다. 전국 리그 출범 전에 참여한 지역 대회가 달랐기 때문이다. 첫 대결은 1929년 2월 4일 레알 마드리드의 안방 차마르틴에서 열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회장이 새 경기장을 건설했을 때 아틀레티코를 초청해 친선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1964/1-964시즌에는 아틀레티코가 라리가에서 강등 위기에 처하자 레알 마드리드에서 공격수 라몬 그로소를 임대로 빌려줘 잔류 싸움에 힘을 실어준 일화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로 유명한 멕시코 공격수 우고 산체스의 경우 레알과 아틀레티코 소속으로 모두 활약한 선수이며, 마드리드 더비에 양 팀 유니폼을 모두 입고 득점한 선수다. 그럼에도 양 팀 팬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레알과 아틀레티코 팬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증거다.

최근에도 양 팀의 선수 교류는 이뤄지고 있다. 현 레알 마드리드 주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는 첼시 이적 후 아틀레티코로 임대되어 전성 시대를 열었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 기대주였던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는 아틀레티코로 이적한 뒤 전성기를 맞았다. 

아틀레티코의 프랜차이즈 스타 사울 니게스도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에서 아틀레티코로 이적한 케이스고, 에스파뇰에서 성공해 아틀레티코에 입단한 수비수 마리오 에르모소는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으로 2군 팀까지 거친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의 영원한 주장으로 불리는 라울 곤살레스도 아틀레티코 유소년 팀에서 레알 유소년 팀으로 옮겨온 경우다.

지네딘 지단 감독(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네딘 지단 감독(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 챔피언스리그 결승서 두 차례 격돌한 ‘유럽의 축구 수도’

그렇다고 마냥 아틀레티코와 레알의 사이가 좋은 것 만은 아니다. 두 팀의 통산 전적은 레알 마드리드가 167전 89승 39무 39패로 앞선다. 아틀레티코 팬들은 레알전 승리를 염원한다. 2013-2014시즌 라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큰 기쁨을 안겼으나, 그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배했던 것은 큰 아픔으로 남았다.

2015-2016시즌에도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마드리드 더비를 펼쳤고,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했다. 마드리드는 이때부터 ‘유럽의 축구 수도’를 자처하고 있다.

이 흥미로운 대결사의 중심에 지네딘 지단 현 레알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 현 아틀레티코 감독이 있다. 지단 감독은 레알 부임 후 첫 패배를 시메오네 감독에게 당했고, 이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설욕했다.

지단과 시메오네의 마드리드 더비 대결은 이번이 14번째다. 12번은 감독으로 만났고, 한 차례 선수로 대결했던 바 있다. 선수로 대결은 2003년 12월 레알 마드리드가 2-0으로 이겼던 마드리드 더비전이다. 두 감독 모두 선수 경력과 감독 경력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가 2020-2021시즌 후반기 라리가 우승 경쟁의 희망을 살릴 수 있는 기회다. 현재 1위에 올라 있는 아틀레티코는 18승 4무 2패로 승점 58점을 기록 중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16승 5무 4패로 승점 53점 3위다. 레알이 승리하면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좁힐 수 있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라리가에서 당한 두 번의 패배 중 한 번을 전반기 마드리드 더비에서 당했다. 레알을 이기지 못한다면 우승을 하더라도 깨름직한 시즌이 될 수 있다. 사비치 에르모소 펠리페의 스리백, 펠리스 수아레스 코레아의 스리톱으로 새로운 축구를 선보이고 있는 시메오네의 축구에 대항해 지단은 벤제마와 아센시오의 투톱 전술로 맞대응이 예상된다.

우호적이지만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줄 마드리드 더비는 한국 시간으로 3월 8일 0시 15분에 킥오프한다. 유럽의 축구 수도를 자처하는 두 팀의 경기는 생중계로 지켜볼 가치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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