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왕' 장혁진, '경남의 더브라위너'를 향해 [K리그야 잘 지내? 22(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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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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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장혁진은 화려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유럽의 스타와 빗대는 건 꺼렸다. 그러나 경남FC가 올해 맨체스터시티를 연상시키는 전술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비쳐 볼 때, 장혁진은 '설기현의 더브라위너'가 될 수 있다.

관계자들이 이야기하는 설기현 경남 신임 감독의 전술 특징은 이렇다. 매우 공격적이면서 전방 압박을 중시한다. 윙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상대 수비의 좌우 폭을 벌리고, 때로는 풀백들이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하며 상대 역습을 차단하고 중원 장악들 돕는다. 여러모로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이다.

경남의 전술이 맨시티를 연상시킨다면, 설 감독이 장혁진 영입을 요청한 것이 더욱 흥미롭다. 장혁진은 안산그리너스에서 3시즌 동안 10골 30도움을 기록한 어시스트 달인이다. 특히 2017년에는 9위 안산의 36득점 중 42%(2골 13도움)가 장혁진의 발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하위권 팀 공격수가 모든 패스를 받아내며 득점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는 잦아도, 하위권에서 어시스트왕을 내는 건 드문 일이다.

어시스트왕인데도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플레이 모습이 그리 화려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었다. 장혁진은 드리블이나 패스가 화려하다기보다 열심히 저돌적으로 뛰면서 적절한 패스를 제공하는 스타일이다. 또한 전담 키커로서 코너킥 어시스트나 직접 프리킥 득점을 올린다. 발재간이 섬세하진 않지만 빠른 템포의 경기 속 팀 플레이를 수행하면서, 강력한 킥으로 공격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보면 '가난한 자들의 케빈 더브라위너'에 가깝다. 안산 시절 공격 전개를 전담하다시피 했지만, 여러 선수들과 부담을 나눠가질 때 더 빛날 수 있는 스타일의 소유자다.



장혁진은 어시스트의 비결을 질문 받을 때마다 이흥실 전 안산 감독과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어시스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흥실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하고요. 경기 운영을 많이 배웠어요. 운영이란 게 제 컨디션, 경기 분위기, 리드 중인지 쫓아가는 중인지 등등 여러 상황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양한 주문을 하셨어요. 20대 후반에 그 공부를 하면서 축구가 늘었어요. 한 번도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적이 없었는데, 도움을 13개 기록하는 선수가 됐죠."

'공격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기록이 좋을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에 대해서는 "경기를 많이 보셨다면 아니라는 걸 아실 것"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제대로 반박하려면 올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네요. 경남에서의 경기력에 달렸죠."

장혁진은 설 감독과의 만남이 두 번째 '성장기'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처음 겪어봤는데. 주위에서 들었던 것 이상으로 좋으시고 섬세하세요. 선수들이 어떤 축구화 신는지까지 다 아시더라고요. 저에게도 '축구화 바뀌었네' 하실 정도로. 감독님이 저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아서 경남으로 오게 된 것도 있어요."

설 감독의 비밀을 누설할 수 없었던 장혁진은 경남의 전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꺼렸다. 다소 포괄적으로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공격적이에요. 공수 양면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를 원하세요. 어려운 측면도 있는데 그래도 요즘 들어서 축구가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설 감독의 축구와 장혁진이 잘 맞을 것 같다는 기대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조직력을 굉장히 강조하시면서도 그 안에서 개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동의했다.

장혁진이 경남을 택한 건 승격을 위해서다. 장혁진은 프로에서 데뷔 직후 강원FC에서, 그리고 상주상무 시절 K리그1을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1부 무대를 맛본 건 2014년이었다. "K리그1 경기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네요.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이죠. 관중들도 더 관심을 많이 가지실거고."

개인 기록보다는 팀 훈련만 바라보면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놓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전담 키커는 계속 맡고 싶어요. 승격을 위해 좋은 킥을 많이 배달하다보면 우리 팀 득점이 많아질 거고, 저도 도움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겠죠. 킥은 자신 있습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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