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이스로 돌아온 문상윤 "감독님 질책 덕분에 정신 차렸어요"

김정용 기자 입력 2019. 8. 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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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성남FC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하나지만 이번 시즌 내내 잊혀져 있던 문상윤이 부활했다. 문상윤은 지난 17일 성남이 강호 FC서울을 홈에서 1-0으로 꺾을 때 선제결승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

문상윤은 온전한 개인 기량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속공 상황에서 김현성이 내준 공을 받아 치고 들어간 뒤, 수비수를 앞에 두고 왼발 감아차기를 성공시켰다. 슛을 하기 전 준비 동작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유상훈 골키퍼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한때 K리그에서 알아주는 2선 자원이었던 문상윤의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문상윤은 성남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한 명이자, 고액연봉자에 속한다. 2012년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한 뒤 강팀인 전북현대, 제주유나이티드를 거쳤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성남은 지난해 남기일 감독의 요청에 따라 문상윤을 영입했다. 문상윤은 생애 첫 2부 리그에서 4골 7도움으로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승격을 이끌었다.

이번 시즌에는 선발 출장이 고작 4회일 정도로 입지가 좁아졌다. 가장 큰 적은 부상이었다. 초반엔 무릎을 다쳤고, 복귀 후 햄스트링에 이상이 생기는 등 잔부상이 계속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대구FC를 상대하던 중 쥐가 났다. 그 뒤로는 별다른 부상이 없지만 약 한 달 동안 경기 명단에 들지 못했다. "(남기일) 감독님께서 제 몸 상태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사실은 서울 상대로도 쥐가 날 뻔 했지만 티내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

그동안 문상윤이 뛰기 힘들었던 두 번째 이유는 팀 스타일 변화와 경쟁자들이었다. 멤버를 제대로 보강하지 못하고 K리그1으로 승격한 성남은 지난해보다 수비적인 경기를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문상윤은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문상윤은 팀내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공민현에게 밀려 있었다. 인터뷰 중 공민현이 거론되자 "K리그2에 있었고 인맥을 타지 못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민현이는 충분히 좋은 선수예요. 공격도 수비도 좋아요. 제가 민현이보다 부족해서 그동안 못 나간 것 같아요"라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변화는 에델의 부상에서 시작됐다. 공격 에이스인 에델은 피로골절 기미가 있어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문상윤은 서울전에서 공격수에 가까운 역할로 투입돼 원톱 김현성을 보좌했다. 수비보다 공격에 전념하면서 마음껏 서울 진영을 휘저으라는 주문을 받았다. 문상윤은 과감한 드리블과 크로스로 서울 수비를 교란했다.

남 감독의 세밀한 전술을 소화하려 노력한 것도 문상윤이 좋은 모습을 보인 요인이었다. 공격할 때는 백패스를 하지 말고 일단 전진하며 상대 수비를 후퇴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지공으로 전환된 뒤에는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공간에서 활동하며 교란하는 위치선정을 했다. 수비할 때는 과거 습관처럼 상대 선수에게 덤비는 게 아니라 수비 조직에 따라 위치를 지키라는 명령을 의식했다. "솔직히 제가 수비력이 안 좋은데 이번 경기는 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골도 넣었으니 공격적으로는 완벽했죠."

남 감독의 `일침`은 더 집중력을 갖고 훈련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감독님이 우리 선수들에게 모질게 하실 때가 많은데, 그게 약이 돼요. 자극을 잘 하시죠. 저에게는 `이래서 네가 뭘 하겠냐? 이래서 다음 경기 뛰겠냐`라고 하신 말에서 자극을 받았어요. 예를 들면 훈련에서 제 슛이 빗나갔는데 웃고 장난친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 `그러니까 골을 못 넣는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는 훈련할 때 장난을 덜 치게 됐어요. 경각심을 잘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문상윤은 올해 개인적인 목표를 공격 포인트 10개로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 포인트보다 출장이 우선이고, 그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다. 강등권으로 분류됐던 성남은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한 끝에 8위(승점 33)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상위 스플릿으로 갈 수 있는 6위(대구, 승점 37)와 승점차가 4점에 불과하다. 문상윤은 "팀 목표인 상위 스플릿 진출이 곧 저의 목표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문상윤은 다음 경기 출장을 유독 고대하고 있다. 24일 열리는 전북 원정이다. 지난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전북전도 투입해주시겠지`라는 생각으로 각오를 다졌을 정도였다. K리그 최강팀이자 한때 자신의 소속팀이었던 전북을 상대로 한 번 더 활약한다면 한동안 잃어버렸던 대중의 주목을 되찾을 수 있다. 성남은 상위 스플릿으로 갈 수 있는 큰 동력을 얻게 된다. 문상윤의 시즌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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