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철(인천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구본철(인천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인천 축구 전용구장 근처에는 순대국밥 맛집이 있다. 유상철 전 감독도 곧잘 가는 가게인데 경기 날은 축구팬들이 많이 찾는다. 인천유나이티드가 대구FC를 2-1로 꺾은 6일, 인천 머플러를 두른 손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들락거렸다. 식당 관계자는 “오늘은 인천 팬들 표정이 밝다”고 했다. 작년엔 보기 힘들었던 밝은 표정이었다.

인천은 지난 몇 년 동안 간신히 강등을 면했는데 근본적인 이유는 스쿼드 경쟁력이었다. 지난해 선수단 총 기본급이 12팀 중 7위였지만 걸맞은 명성의 선수는 몇 안 됐다. 대신 승리 및 무승부 수당이 2위로 높았다. 인천의 지난해 승리는 포항스틸러스의 절반도 안 됐지만 수당은 포항보다 조금 더 많았다. 수당으로 동기를 부여해해 잔류하는 것이 인천의 방식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합류한 오반석, 김광석, 오재석이 올스타급 수비진을 형성했다. 공격진에 네게바, 김현이 합류했고 주장 김도혁, 부주장 문지환은 기량이 향상됐다. 수비부터 신경 쓰되, 순간적인 압박으로 속공 기회를 만드는 플레이는 조성환 감독의 제주유나이티드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인천과 대구 모두 부상 공백이 있는 상태에서 격돌했는데, 경기 운영과 공격의 예리함에서 인천이 앞섰다.

인천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대구전을 통해 등장했다. 22세 미드필더 구본철이다. 구본철은 대구 상대로 1골을 넣었고, 아길라르의 골을 이끌어내는 기점 패스도 보여줬다. 올해 강화된 U22 의무출장 규정에서 한 자리를 꿰찰 선수다. 경기 후 조 감독도 기량에 대한 만족감을 밝혔다.

인천 유소년팀인 대건고를 거친 구본철은 단국대에서 2년을 보내는 동안 대학 최고 선수로 평가 받았다. 그리고 2020년 인천 선수단에 합류했으나 곧바로 부천FC에 임대됐다. 1년 동안 단 8경기 출장에 그쳤기 때문에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었다. 구본철은 “수비력을 강조하는 팀에서 뛰기엔 수비력이 부족했다. 나는 공격적인 면에 자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동계훈련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기대를 모았지만, 개막전이었던 포항스틸러스 원정은 몸 상태가 나빠지며 함께하지 못했다. 대구전은 오른쪽 윙어를 맡았다. 원래 전반전만 뛰고 교체될 예정이었지만 조 감독이 더 뛰어달라고 했고, 결국 10분 더 활약한 뒤 만족스런 데뷔전을 마쳤다.

구본철은 득점 장면 외에도 깔끔한 패스 연결로 인천의 공격 리듬을 살리는 플레이를 종종 보여줬다. 경기 후 직접 밝힌 장점은 “창의적인 패스, 공격적인 패턴을 전개할 수 있도록 공 소유하는 것”이다. 원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로서 킥력을 활용한 패스가 특기다. 윙어로 배치되자 수시로 중앙까지 진출하면서 팀의 공격 전개와 중원 장악에도 도움을 줬다.

구본철은 U20 대표로 10경기를 소화하며 이미 태극마크를 경험했다. 이날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관전했다고 하자 구본철은 “올림픽 욕심이 없진 않다. 열심히 한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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