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묘안이 없는 한, 10년 만의 한일전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K리그 구단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에 따르면 KFA는 일본축구협회(JFA)의 A매치 친선경기 제안을 두고 고민 단계에 있다. 3월 말 예정이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6월로 연기된 가운데 JFA가 공문을 보내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없는 A대표팀에 실전 감각을 쌓을 수 있는 점 등은 긍정적이다.

난관이 쌓여 있다. JFA는 친선경기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선수단에 대해 자가격리 절차를 면제해줬다. 문제는 귀국했을 때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올 시 2주간 자가격리가 필수다. 지난 2월 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한 울산현대가 귀국한 뒤 집단 격리 방식으로 1주일 동안 격리와 훈련을 병행했고, 이후 1주는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썼다. 그러나 귀국 직후 원소속팀으로 흩어져야 하는 대표팀엔 적용하기 힘들다. 

테니스의 권순우가 지난 해부터 자가격리 면제권을 얻었지만 축구와는 경우가 다르다. 권순우는 친선전이 아닌 대회 참가였고, 입국 후 짧은 기간 체류하다 다시 출국했고, 인원도 3명 등으로 적었다. 반면 축구대표팀은 귀국 후 각 소속팀으로 흩어져야 한다.

현재로선 한일전이 성사될 경우 자가격리와 K리그 구단의 희생을 피할 수 없다. K리그는 3월 4, 5번째 주에 약 11일의 휴식기를 마련했다. 자가격리가 1주로 줄어들면 한 경기 결장이 유력하다. 2주가 그대로 유지되면 2경기 이상 결장하게 된다.

특히 울산, 전북현대 등 강팀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전급 선수들 중 대표팀에 차출될 인원이 많다. 시즌 초반부터 순위 경쟁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여파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ACL은 울산, 전북을 포함해 포항스틸러스와 대구FC가 참가한다. 포항과 대구는 4월 14일 플레이오프부터, 울산과 전북은 21일 조별리그부터 출발한다.

또한 일본은 최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로 늘어났다. 비교적 위험한 국가에 속한다. 벤투호는 작년 오스트리아 A매치 2연전에 참가했다가 선수단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된 바 있다. 당시 국내와 해외에 있는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전세기까지 동원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아직까진 각 구단의 반응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KFA 관계자는 “아직 JFA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K리그 구단 측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K리그 구단 일부가 차출을 거부할 수도 있다. FIFA는 5일 이상 자가격리가 필요할 경우 소속팀이 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K리그 구단의 대표팀 차출 거부는 지난 2007년에도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축구협회는 카타르 8개국 올림픽대표팀 초청 국제대회 참가를 추진했으나 K리그의 집단 차출 거부로 불참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